플라스틱은 재활용을 통해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까? 한국의 가정에서 배출하는 생활 쓰레기의 4분의 1은 비닐을 포함한 플라스틱이 차지하며, 상당수는 재활용되지 않고 매립되거나 소각되고 있다. 분리배출된 플라스틱조차 재사용되기보다는 에너지 생산 시설이나 시멘트 공장에서 연료로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다.
한국의 재활용률, 실제와의 괴리
환경부의 ‘2022 환경통계연감’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생활 폐기물 중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은 56.7%로 보고되었다. 이는 유럽연합(EU)의 재활용률인 40.6%보다 높은 수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소각을 통한 에너지 회수’도 재활용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실제 재활용률은 크게 낮다.
충남대 연구팀이 유럽 기준을 적용해 재산출한 결과, 한국의 실질적인 재활용률은 16.4%에 불과했다. 이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재활용되지 않고 소각됨으로써 오염물질과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 세계적 문제로 부각된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 시스템이 비교적 잘 갖춰진 한국도 문제를 겪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에서 발생한 3억5300만 톤의 폐플라스틱 중 재활용된 양은 9%(3400만 톤)에 불과하다. 나머지 91%는 소각·매립되거나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환경으로 유출된 플라스틱은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돼 생태계를 위협하고 인체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유엔환경계획은 플라스틱에 사용되는 1만6천여 종의 화학물질 중 약 4분의 1이 건강과 안전에 잠재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생산 규제와 재활용 확대
플라스틱이 전 지구적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생산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플라스틱 생산업계는 옥수수, 밀, 사탕수수 등 식물성 원료를 활용한 ‘바이오 플라스틱’ 생산과 재활용 확대를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에서는 재활용 플라스틱의 사용을 의무화하고 그 비율을 점진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기계적 재활용 vs. 화학적 재활용
업계는 기존의 ‘기계적 재활용’ 방식에서 벗어나 ‘화학적 재활용’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화학적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을 원료 단계로 분해해 처음부터 새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열분해와 해중합 기술을 활용하면 플라스틱을 정제유나 모노머(단량체) 단계까지 되돌릴 수 있어 재활용이 어려운 폐플라스틱도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열분해 기술이 일부 적용되고 있을 뿐, 대부분의 화학적 재활용 기술은 상용화되지 못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석유화학업계는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화학적 재활용 설비 투자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 현황
에스케이(SK)지오센트릭은 울산에 열분해·해중합·가스화 기술을 적용해 연간 24만 톤의 플라스틱 원료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재활용 클러스터’(ARC)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엘지(LG)화학은 충남 당진에 연내 준공을 목표로 연간 2만 톤 규모의 열분해유 공장을 건설 중이다. 지에스(GS)칼텍스와 에이치디(HD)현대오일뱅크, 롯데케미칼도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정부의 정책과 목표
정부는 화학적 재활용을 통한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목표로 삼고 있다. 환경부는 폐플라스틱 열분해 처리 비중을 2021년 0.1%(1만 톤)에서 2030년 10%(100만 톤)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관련 법령을 개정해 열분해 시설을 ‘소각시설’이 아닌 ‘재활용시설’로 재분류하고, 열분해유를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지속 가능한 재활용의 과제
그러나 화학적 재활용이 만능 해결책이 아니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국제 환경단체들은 화학적 재활용을 ‘녹색분칠’(그린워싱)로 간주하며, 유해 물질 방출과 높은 에너지 소비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들은 업계가 생산 감축을 회피하고 지속적으로 플라스틱 생산을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화학적 재활용을 내세우고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재활용 시스템 구축과 생산 감축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이 분명하다.